서론
최근 IONQ의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올해 상장한 이 회사는 근 한 달 새 거의 3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아래 기사처럼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습니다.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1110473991
'꿈의 컴퓨터'에 베팅…서학개미 꽂힌 아이온큐
'꿈의 컴퓨터'에 베팅…서학개미 꽂힌 아이온큐, 글로벌 종목탐구 국내 투자자 2천만弗 순매수 주가 한달여만에 66% 올라 삼성·구글도 양자컴 기술 인정 높은 성장성 vs 고평가 엇갈려 월가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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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인데요, 저는 '항상 그렇듯 테마 따라서 사람들이 몰리는 거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어차피 비싸서 안 살 거니까요.
그러던 도중 우연히 유튜브 추천 영상에 IONQ 공동 창립자 김정상 교수님과의 대담 영상이 떴습니다.
전공이 또 전공인지라 양자컴퓨터 책을 사서 읽어본 적도 있고 (물론 이해 못해서 반쯤 읽다 포기했습니다) IONQ 공동창립자가 한국사람이라는 게 신기하기도 해서 영상을 보았는데, 굉장히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김정상 교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터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이해
양자컴퓨터의 원리가 무엇이냐.
만약 위 질문이 궁금하셨다면 뒤로가기를 누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이해 못 한 걸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요. 또한 양자컴퓨터만이 풀 수 있는 문제, 이른바 BQP(Boundary error, Quantum, Polynomial time)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저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고, 이 글에서는 전반적인 쉬운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자컴퓨터의 포지션
우리는 이미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고전컴퓨터는 어떻게 될까요? 김정상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컴퓨터를 조립해보신 분들은 아실텐데요, 컴퓨터 본체는 크게 CPU, GPU, 메인보드, 메모리, 저장장치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GPU는 엔비디아와 같은 회사가 만드는데, GPU가 CPU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내는 분야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단순한 계산의 반복인 그래픽 처리에서는 GPU가 훨씬 빠르기에 GPU에게 그 작업을 시키는 것이죠. 하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장치는 CPU입니다. CPU 없이 GPU만으로는 컴퓨터가 돌아갈 수 없어요.
양자컴퓨터도 이와 같습니다. 언젠가는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할지도 모르지만, 고전컴퓨터는 지난 70년간 수많은 연구와 기술개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이를 양자컴퓨터가 완전히 뛰어넘어 상위호완이 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무엇보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GPU가 CPU를 보조하듯이, 고전컴퓨터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 또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양자컴퓨터에게 맡기고 처리한 결과를 다시 고전컴퓨터가 받아 과제를 완료하면 됩니다.
이건 굉장히 설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 고전컴퓨터로는 애당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NP 문제라고 하는데요, 물론 알고리즘을 세울 수는 있지만, 지수 복잡도를 가져 사실상 시간 내에 풀 수 없는 문제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 중 양자컴퓨터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쇼어 알고리즘에 해당하는 소인수분해나 이산대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동안은 이러한 문제를 포기하거나 휴리스틱(heuristic)하게 접근하여 적당한 해를 찾곤 했는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죠. 수학자 헤슈가 1970년대 최초로 컴퓨터를 사용하여 4색 정리를 증명한 것이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인간이 손으로 증명하지 못하고 컴퓨터로 증명된 것에 대한 반향이 컸는데 요즘은 컴퓨터가 대신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죠. 양자컴퓨터도 어쩌면 굉장한 혁신을 가져올 지도 모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 부분은 양자컴퓨터 산업에 대한 통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고전컴퓨터로 돌아가 볼게요.
1948년 벨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가 발명됩니다. 이건 인류의 역사를 바꿀 발명품이었는데요, 전에는 진공관으로 이루어져 거대했던 연산 장치의 크기가 대폭 감소된 것이죠! 처음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물리학자들은 분명 전자의 흐름에 대한 전자기학 지식을 기반으로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트랜지스터는 공학자의 손에 들어갑니다. 트랜지스터가 의미있게 쓰이기 전까지, 전기전자공학은 전력을 주로 다루었다고 합니다. 아마 에디슨의 전구에서 시작된 전력의 생산, 공급 등이 중요한 주제였겠죠. 그러다가 점점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컴퓨터와 같은 위대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많은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이 하드웨어의 기반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트랜지스터를 가지고 논리 회로(gate)를 만들고, 추상화를 합니다. 더 이상 nmos에서 왜 전압이 인가되면 전류가 흐르고, pmos는 반대인지 전자기학 관점에서 분석하지 않습니다. abstraction이 된 거죠. 이런 추상화된 개념을 바탕으로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결합해 CPU를 만들고, 반도체를 만들어 나갑니다. 아직까진 하드웨어입니다.
한편, 이보다 더 바깥쪽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전자기학에 기반을 둔 트랜지스터의 작동 원리는 물론, 전기전자공학에서 만든 CPU나 GPU의 작동 원리도 잘 모릅니다. 대신 이들은 CPU 개발자와 GPU 개발자들이 만든 프레임워크를 사용합니다. 또 low level 기계어를 몰라도 C나 Python 같은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만든 서비스를 사용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소프트웨어의 작동 원리, 알고리즘을 전혀 몰라도 충분히 서비스를 가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제가 티스토리에 글을 쓰지만 티스토리 웹페이지 뒤에 있는 카카오의 백엔드 서버에 대해 몰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세상에 굉장히 방대한 지식이 축적되고, 산업이 복잡해지면서 더이상 트랜지스터의 작동 원리부터 CPU, GPU의 구조, 그들 사이의 통신 규약, 기계어에서 시작해서 인간 친화적인 언어들까지의 번역 과정,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이죠.
양자컴퓨터 산업의 미래도 같습니다. 김정상 교수님의 IONQ는 대표적인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연구기업입니다. 이외에도 IBM, 하니웰 등이 있죠. 이들의 역할은 양자컴퓨터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고전컴퓨터에 있었던 무어의 법칙처럼 각 기업마다 로드맵을 제시하고, 해당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씁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양자컴퓨터가 어디에 어떻게 활용될지 예측하는 일은 이들의 일이 아닙니다.
양자컴퓨터의 적용, application은 각종 업계, 학계의 일입니다. 예를 들어 금융업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여 획기적인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분야가 있을지 고민하는 것, 물리학계에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새로운 문제를 풀어내는 것 등이 있겠죠. 따라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고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두 분야의 노력과 협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양자컴퓨터의 현주소
양자컴퓨터는 현재 상용화의 가능성을 사이에 둔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개념은 1982년 리처드 파인만이 처음 제시하였고,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현재는 그렇게 쌓여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고, 그 증거로 정부 투자를 훨씬 초과하는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들 수 있습니다.
AI가 1950년대 처음 개념이 생겨나고, 연구와 상용화 시도, 기술개발을 반복하며 많은 양의 데이터와 연산 처리 속도가 확보된 최근에서야 상용화에 성공하여 자리를 잡은 것처럼, 양자컴퓨터 역시 앞으로 3~5년 내에 실제로 쓸모 있는 적용 사례가 등장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만약 등장하면 재투자를 통해 산업 전체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쉽지만 다시 기술개발과 문제해결, 단점 보완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결론
양자컴퓨터는 향후 2~30년간 굉장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3~5년 내에 상용화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더욱 유심히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소프트웨어의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선두 기업과 따라가는 기업의 고급인력 유치 측면에서 차이가 극명해지고 결국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집니다. 따라서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힘을 합쳐 투자와 전문 인력 육성에 힘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공대생의 입장에서도 충분한 매력이 있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